서울공예박물관, 국내 최초 옻칠공예 전시상자 개발…독일서도 극찬옻나무에서 옻칠, 옻칠에서 칠기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옻칠공예의 정수
[한국산업안전뉴스 박혜숙 기자] 서울공예박물관은 한국 옻칠공예 재료·기술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이동식 아카이브인 ‘옻칠공예상자’를 제작했다고 18일 밝혔다. 2021년 공개한 ‘백자공예상자’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한국공예상자' 시리즈이다. '한국공예상자(K-Craft Box)'는 공예 분야별 재료·기술 표본을 제작하고, 수납하여 전시하는 이동식 아카이브이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앞서 ‘백자공예상자’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별전시 '백자,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를 개최한 바 있다. 한국의 옻칠공예는 삼국시대 이전 기원전 1세기에 시작되어 오늘에 이를만큼 긴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그중 장식기법인 나전은 옻칠 문화가 발달한 아시아 문화권에서도 한국의 대표 공예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깊은 역사를 가진 옻칠공예의 재료와 기술을 시민들이 한눈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이 ‘옻칠공예상자’이다. ‘옻칠공예상자’는 공예사·보존과학·산업디자인 분야 전문가 10여 명과 협업하여 2년여 진행한 연구 개발 프로젝트이다. 한국 고대~일제강점기 칠기(漆器) 유물의 재료·기술 사례를 실물 표본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특성을 파악했다. 주제별 상자 2개(▴재료상자 ▴기법상자)로 구성됐다. 서울공예박물관의 주관 아래 표본 제작과 보존과학적 분석 연구는 공주대학교 문화재보존과학과(책임연구원 김규호 교수), 상자 설계와 제작은 ㈜파운드파운디드에서 수행했다. 폭 68cm, 높이 170cm의 2단 접이식 구조로 내부에는 개별 표본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미디어 검색 키오스크를 장착하여 원하는 표본정보를 터치하여 볼 수 있다. 재료상자는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을 옻칠로 가공하는 과정을 담았다. 가공 단계에 따른 종류별 옻칠, 옻칠과 섞어 다양한 색상을 내는 안료, 옻칠의 농도를 조절하는 희석제 등 92점의 표본으로 구성했다. 이 표본은 강원도 원주에서 활동하는 김부노 채취장이 옻나무 수액을 시기에 따라 단계별로 채집하고 각 지역의 칠정제장 3인(국가무형문화재 정수화, 충남 무형문화재 문재필, 전북 무형문화재 박강용)이 정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도구는 안영배 채취장과 이의식 칠장(전북 무형문화재)이 기증하여 상자에 전시했다. 기법상자는 기물 바탕에 옻칠하고 장식하는 과정을 다루었다. 칠기 바탕의 재료, 옻칠과 섞어 강도를 보강하는 회(灰), 나전(螺鈿)·대모(玳瑁)·칠화(漆畫)·난각(卵殼) 등 시대별 칠기 장식기법을 보여주는 57점의 표본이다. 17일에는 ‘한국의 옻칠공예’를 주제로 독일의 옻칠 전문가들과 학술교류 행사를 진행했다. 국제전 초대 옻칠작가, 미술사학자, 보존과학자 등 독일 각계 옻칠 전문가 8명이 서울공예박물관을 방문하여 박물관 전시와 ‘옻칠공예상자’를 관람했다. 한국 전문가로 정수화 장인(국가무형문화재 칠장 보유자), 이선주 보존과학자(한국전통문화대학교 강사)가 참석하여 한국 칠기를 소개했다. 독일의 옻칠 전문가들은 주로 독일 옻칠미술관⁕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인물로 대표인 파트리시아 프릭(Patricia Frick) 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작품을 감상했는데 중국과 일본에 비할 만한 뛰어난 기술에 놀라웠다. 특히 ‘옻칠공예상자’는 유럽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콘텐츠이다. 이번 기회를 토대로 향후 한-독 옻칠 교류에 대한 기대가 크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올해 하반기부터 일반 관람객이 ‘옻칠공예상자’를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국내외 이용자들이 박물관을 방문하지 않고 분야별 '한국공예상자' 표본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서비스를 조성할 예정이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에 공개하는 ‘옻칠공예상자’를 통해 나전칠기의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한국 옻칠이 주목받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라며, “2025년에 개최할 옻칠공예 연구성과 기획전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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